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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깊고 절대적인 사랑이야기 – 김향안과 김환기소식/공연+전시 2021. 7. 2. 09:37
◐ 예술가의 깊고 절대적인 사랑이야기 – 김향안과 김환기
▶ 최초로 공개되는 파리 시절 드로잉
부암동 환기미술관에서는 세 화가의 전시가 동시에 열리고 있습니다.
김환기가 파리에서 머물렀던 4년간의 활동을 보여주는 [김환기의 그랜드 투어 ‘파리통신’]展,
그의 아내이자 예술적 동반자였던 김향안의 [김향안, 파리의 추억] 展,
환기미술관 기획전 [BOO JI HYUN, A Dialogue with] 展까지.
이번 전시가 특별한 이유는 1957년 파리 시절, 스케치북에 그린 드로잉들이 처음으로 공개되었기 때문입니다.
‘좁은 이마에 작은 코에 입까지 조그맣고 근자엔 광대뼈가 나오기 시작한,
아무런 특징이 없는 평면적인 얼굴’이라고 표현헀던 자신의 얼굴을 그린 자화상도 몇 점 볼 수 있었습니다.
‘드로잉’을 습작의 개념으로 보는 이들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김환기는 모든 드로잉에 싸인을 그려 넣었고,
이 때문에 한 장 한 장을 완성된 작품으로 보아야 한다고 환기미술관 측은 말합니다.
“나는 그림을 팔지 않기로 했다.
팔리지가 않으니까 안 팔기로 했을지도 모르나 어쨌든 안 팔기로 작정했다.
-김환기 에세이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그림 안 파는 이야기’ 중 발췌-“
▶ 남자와 여자
40대 초반의 남자가 있습니다.
통 팔리지 않는 그림들을 공방에 쌓아 두고는
‘고슴도치도 제 자식이 귀엽듯이 나도 내 그림이 아니 귀여울 수가 없다’라며 스스로를 위안하곤 했습니다.
‘고생하며 예술을 지속하는 것은 예술로 살 수 있는 날이 있을 것을 믿기 때문이다.’라고 일기에 썼던 남자와
언젠가 세상이 바뀌어 사랑하는 남편에게 좋은 앞날이 오기를 기다렸던 여자.
김환기와 김향안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본래 김향안의 이름은 변동림.
동림은 ‘동쪽 숲에 묻힌 옥’이라는 뜻으로 동글동글하고 아담한 외양과도 어울리는 이름입니다.
김환기와 결혼 후에는
그의 성뿐만 아니라 아호인 ‘향안’을 이름으로 삼고 그야말로 남편과 일심동체의 삶을 살았습니다.
▶ 너도 데려가지, 파리
찢어지게 가난해 이웃에 쌀을 꾸러 다녔던 부부.
김환기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직을 맡게 됨으로써 먹고 살 걱정에서는 놓이게 됩니다.
하지만 40대 중반의 화가는 답답했습니다.
자신의 그림이 세계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사람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했던 그는 어느 말 술에 취해 집에 들어와 말합니다.
“파리에 가야겠어. 너도 데려가지.”
다음날로 프랑스 영사관에 가 비자를 받은 김향안.
언어에 소질이 있었기에 피난길에도 프랑스어를 공부했고, 살 집과 남편의 작업실,
미술계 인맥을 만들어놓기 위해 남편보다 먼저 파리로 건너갑니다.
모든 것이 준비된 1956년, 김향안은 꼭 1년 만에 김환기를 파리로 부릅니다.
남편에 대한 절대적인 사랑과 믿음, 헌신에 대한 결심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 화가의 아내, 화가가 되다.
환기미술관의 본관 옆에는 아담한 크기의 ‘수향산방’이 있습니다.
김환기의 두 번째 아호인 ‘수화’와 김’향안’에서 한 글자씩 따서 붙인 이름입니다.
부부의 사랑은 이런 작은 것에서도 느껴집니다.
수향산방에는 김향안의 초기 유화, 드로잉, 육필원고 등 50여 점의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김환기의 그림이 ‘달’에 비유된다면 김향안의 그림은 ‘해’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은 한낮의 자연광 아래에서 그리는 걸 좋아하다고 말했습니다.
‘너도 같이 그림 그리면 좋지 않니?’라는 김환기의 말에 별로 흥미가 없었던 김향안.
불의의 사고로 남편과 사별한 후 함께 지내던 뉴욕의 스튜디오에 다시 돌아가서 보니
그가 쓰다 만, 남기고 간 빛깔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붓을 들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그림이 한두 점 생겼고 방에 두고 바라보며 혼자만의 작은 즐거움을 얻었다고 합니다.
주변인들의 칭찬과 격려에 용기를 얻어 1960년대에는 화가로 등단했고,
이후 뉴욕과 서울에서 두 차례 개인전을 열기도 했습니다.
▶ 전시정보
김환기의 그랜드 투어 ‘파리통신’
2021년 8월 29일까지. 환기미술관 본관
김향안의 ‘파리의 추억’
2021년 12월 31일까지. 수향산방[사전예약제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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