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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인의 월든 (부족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태도에 대하여) - 박혜윤소식/우리글 2023. 3. 7. 14:21
◑ 도시인의 월든 (부족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태도에 대하여)
180년 전의 고전에서 읽어낸
현대인들을 위한 이상하고 정확한 위로계속해서 다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사랑받는 고전 『월든』.
180년 전에 쓰인 이 책이 여전히 이토록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연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 문명에 대한 첨예한 비판, 평화주의.
법정스님부터 간디까지 많은 사람들이 『월든』에서 발견한 가치들입니다.
8년째 미국 시골에서 정기적인 소득 없이
간소한 삶을 꾸려가고 있는 ‘숲 속의 자본주의자’ 저자 박혜윤은
이 책에서 그와 다른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찾아냅니다.
그것은 삶의 필연적인 모순에 대한 인정을 넘어선 포용입니다.
소로는 살아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사랑받는 만큼이나 비난받았다고 합니다.
그는 요즘이었다면 악플을 잔뜩 받았을 만한 일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고독을 강조하면서도 자주 친구들을 찾아다녔고,
막상 만나서는 입바른 소리로 갈등을 일으키곤 했다고 합니다.
자급자족의 소중함과 기쁨을 노래하면서
어머니에게 빨래를 맡긴 것은 오늘날까지 조롱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로는
비난과 야유를 알면서도 변명하지도, 감추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그에게 그런 일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만 움직이는 자신의 마음을 깊이 관찰하며 그 흐름에 발맞춰 걸어 나갔다고 합니다.
어떤 관념에도 얽매이지 않고,
변화하는 자신의 마음에 가깝게 살아내는 것.
그것이 소로가 발견한 존재의 법칙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음이 바뀌자 비웃음 당할 것을 알면서도
그토록 예찬했던 숲에서의 생활도 가뿐하게 떠났다고 합니다.
삶의 새로운 길을 찾아서.
그 결과 그는 동시대인들에게 기인으로 여겨졌고
사회적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딱히 세상과 불화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뜻대로 살았기에,
그 값도 담담히 치렀습니다.
박혜윤은 이 책에서
특유의 통찰력으로 모호한 비유들로 수 놓인 『월든』의 행간에서
현대인들에게 절박한 지혜를 불러냅니다.
작가는 대학생 때 『월든』을 처음 읽었다고 합니다.
그때 그가 느낀 건 기묘한 위화감이었다고 합니다.
‘이 아저씨, 말은 그럴 듯하게 하는데, 앞뒤가 안 맞네.’
그 후 그의 삶은 스무 살 무렵 막연히 그렸던 것과 달랐습니다.
명문대를 졸업해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도 미련 없이 그곳을 떠났고,
박사학위를 받고도 구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치열한 경쟁 끝에 무언가를 이루고 나면 더 이상 그것을 즐길 여력이 없었습니다.
스스로도 설명하기 어려웠던 선택과 우연들의 끝에서
그는 시골로 이사 왔고,
다시 『월든』을 만났습니다.
박혜윤 작가는 마흔이 넘어 소로를 읽으며 그 위화감의 실체를 알았다고 합니다.
소로는 세상에 쓸모 있는 존재가 되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는 일관성 없고 모순된 자신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다만 “인생의 골수”를 파먹기 위해 항시 집중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저자는 소로에게서 자연에 대한 사랑이나 반자본주의를 배우는 대신,
순간에 몰입하며 살아가고 삶의 가능성 앞에
스스로를 열어놓는 태도를 배우기로 합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맞는가 하는 고민을 버리고
마음이 끌리는 일은 무엇이든 시도하고,
실패하면 달리 시도합니다.
그렇게 삶을 놀이로 만드는 법을 익혔습니다.
주변에서 처치곤란으로 나눠준 멍들고 울퉁불퉁한 농산물을
갖은 방식으로 먹어치우는 것도,
마구잡이로 자란 블랙베리의 때마다 다른 맛을 느껴보는 것도,
그 누구도 서로에게 미루지 않아도 될 만큼 단순한 살림을 실험하고 만드는 것도
그런 놀이이며 그 시간은 고스란히 그의 것이 됩니다.
하지만 박혜윤 작가는 이 삶이 정답이라 말하지 않습니다.
지금 살 수 있는 삶 하나일 뿐입니다.
소로가 월든 호숫가를 떠났듯, 그 또한 다른 길이 열린다면 그리로 떠날 것입니다.
답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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