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당신의 쓰레기는 재활용되지 않았다 - 미카엘라 르 뫼르
    소식/우리글 2022. 7. 14. 10:32

       당신의 쓰레기는 재활용되지 않았다 

        내가 재활용 수거함에 넣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베트남 농민의 집 마당에 쌓이고 있다.
    재활용, 친환경 로고가 가리고 있는 것들에 대하여

    가정에서, 직장에서, 심지어 관광지에서도 우리는 분리수거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효과적인 재활용을 위한 분리배출법에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음식물이 남지 않게 포장 용기를 깨끗이 씻어 버리는가 하면, 
    PET, PP, PS, PVC 등 플라스틱 종류까지 살펴 분류하며 
    환경을 위해 애썼다는 작은 위안을 얻습니다. 

    재활용 수거함에 잘 넣었으니 이제 내 역할은 끝났다고 생각하면서. 

    당신의 눈앞에서 치운 그 플라스틱 쓰레기는 어디로 갔을까요? 
     재활용을 위해 애쓴 노고가 무색하게도, 
        당신의 쓰레기는 재활용되지 않았습니다.
    마치 연금술사가 납을 금으로 바꾸려 했던 것처럼 
    사람들은 버려진 쓰레기도 무한하게 가치 있는 물건으로 가공할 수 있다는
     ‘재활용 신화’를 믿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산뜻한 재활용 로고에 가려진 세계는 매우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재활용 신화 속에서 우리는 죽지 않는 ‘플라스틱 좀비’를 만들어 내는 중이라고 합니다.

    인류학자이자 사회문제를 연구하는 저자는
     ‘플라스틱 마을’로 불리는 베트남의 민 카이 마을에서 

    플라스틱 재료의 생애주기를 따라가며 재활용 신화의 진실을 추적했습니다. 

     

    친환경 정책과 재활용 산업의 모순, 

    쓰레기 식민주의로 인한 불평등의 실태를 담은 이 르포에 관심이 갑니다. 

    재활용 쓰레기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제자리를 찾기 위해 눈을 떠야 할 때가 왔다고 합니다.

    베트남의 작은 마을, 
    민 카이로 가는 도로 갓길을 온통 점령하고 있는 것은 

    알록달록한 쓰레기 더미들입니다. 
    이 더러운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열악한 시설의 재활용 공장으로 이동해 

    세척 후 열가소성 폴리머와 섞여 녹는 등의 과정을 거쳐 

    플라스틱 알갱이가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재활용 플라스틱은 

    다시 ‘깨끗한’ 플라스틱 봉투로 재탄생합니다.
    이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플라스틱 쓰레기는 한번 생성되면 결코 사라지거나 달라지지 않는 
    고유의 물질이 되어 버린 듯 합니다. 
    친환경 제품이나 분해가 되는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할 것이라 기대했던 

    우리의 바람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저자는 플라스틱을 ‘자연’과 ‘문명’ 사이의 경계를 따라 

    진화한 합성 재료라고 말합니다. 
    플라스틱은 플라스틱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플라스틱이 야생의 상태로 돌아가면 

    지구 생태계의 모든 측면에 흔적을 남길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빙하 코어부터 도심 나뭇가지에 걸린 비닐봉투를 거쳐 

    바다에 생겨난 플라스틱 섬까지, 

    없는 곳이 없습니다. 
    이는 곧 ‘인류세’의 흔적이기도 합니다. 
    먼 훗날 지구에 찾아온 외계인들이 

    우리를 플라스틱 종족으로 여길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일랜드의 쓰레기가 베트남 농민 손에 들린 이유,
    플라스틱은 낮은 곳으로 모입니다.
    사회·환경적 불평등을 불러오는 쓰레기 식민주의

    친환경 소재 운동화를 신고,
    포장 용기의 재활용 로고를 살피는 당신에게
    이제 재활용이 아닌 재사용을 해야 할 때!
    플라스틱 순환 고리를 끊어야 하는 이유

    요즘 친환경 제품에 붙는 키워드가 많아졌습니다. 
    ‘100% 생분해되는 비닐봉투’, ‘생분해 수세미’ 등의 제품 소개글에서

    완벽히 땅으로 돌아가 분해된다는 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 
    엄청난 혁신입니다.  자연적으로 사라진다니! 
    하지만 조금만 더 살펴보면 

    이 또한 우리가 친환경적 소비를 했다는 
    작은 위안을 얻는 정도에 그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생분해되려면 일정 조건을 충족한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조건의 매립지는 국내에 없다고 합니다.
     또한 우리가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는 순간, 

    매립의 여지조차 없이 대부분 소각되고 만다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당신의 친환경 소비는 구매 당시에만 뿌듯함을 선사할 뿐입니다. 
    한참 각광받고 있는 ‘바이오 플라스틱’ 역시 생분해가 어렵다고 합니다. 
    물리학자이자 화학자인 엘리즈 콘트레르는

     ‘오늘날 절반도 안 되는 44퍼센트의 폴리머만이 화학적 특성으로 실제 생분해된다’고 말합니다.

    재활용 로고로 대표되는

    녹색의 순환은 저자의 말대로 ‘신화’에 불과한 것입니다. 
    저자는 민 카이 마을 주민들과의 인터뷰, 

    그리고 재활용 쓰레기의 생애주기를 추적하면서 
    순환의 모순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합니다. 

     

    재활용 로고에 가려진 실제 세계에서는 

    자본주의와 소비주의, 극단적 자유주의 시스템 속에서 
    쓰레기통의 비닐봉투를 모으는 

    베트남 농민의 가난과 불평등만 남아있다고 말입니다. 
    한번 생성된 플라스틱은 결코 친환경적으로 변모할 수 없기에 
    이제는 재활용이 아닌 재사용에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말합니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